하이엔드 스피커는 전체 스피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그 기술적 혁신과 사운드 특성은 시간이 지나며 중저가 스피커로 전파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하이엔드 스피커의 현재 트렌드를 분석하면 미래 스피커의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술 발전이 사운드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하이엔드 스피커의 인클로저 스타일과 구조의 변화를 중심으로 최신 경향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탐구해보겠습니다.
인클로저 스타일의 진화
과거 스피커 인클로저는 대개 단순한 박스 형태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사운드의 정교함이 중요해지면서 인클로저 디자인도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주로 세 가지 목적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중고음의 시간차 개선, 베플 반사로 인한 위상차 제거, 그리고 인클로저 내부 정재파(standing wave) 감소입니다.
1. 시간차 일치 기술(Time Alignment)
중음과 고음 유닛이 베플에 서로 다른 위치에 배치되면 청취자에 도달하는 시간차가 발생해 위상이 어긋나고 해상도가 저하됩니다.
저음은 방향성이 약하고 전파 속도가 느린 반면, 고음은 방향성이 강하고 전파가 빨라 중고음 간 시간차가 두드러집니다.
과거에는 이를 줄이기 위해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유닛을 근접 배치했지만,
최근에는 트위터를 베플 안쪽으로 이동시키고 쇼트혼으로 가이드해 시간차를 조정하는 방식이 도입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발론(Avalon)은 베플을 경사지게 설계해 시간차를 맞추고 있으며,
윌슨 오디오(Wilson Audio)는 한발 더 나아가 사용자가 청취 환경에 맞춰 직접 시간차를 조절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합니다.
이는 사운드 정교함이 커질수록 시간차 조절이 음질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2. 베플 반사 최소화
중고음 유닛에서 나온 소리가 베플에 반사되며 위상차를 유발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베플 면적을 축소하거나 가장자리를 둥글게 처리하는 디자인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음상형 스피커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며, 사다리꼴 모양으로 베플 폭을 줄인 형태가 대표적입니다.
B&W(Bowers & Wilkins)의 800 시리즈는 중고음 유닛을 유선형 독립 인클로저로 분리해 시간차 조절과 반사 영향을 최소화합니다.
이는 단순한 디자인 혁신이 아니라 음질 향상을 위한 실질적 조치로 평가됩니다.
3. 정재파 감소를 위한 유선형 설계
인클로저 내부에서 발생하는 정재파는 유닛 동작을 방해하며 음질을 저하시킵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 전통적인 박스 형태 대신 각이 없는 유선형 인클로저가 도입되고 있습니다.
유선형 구조는 난반사를 유도해 음압을 상쇄시키며, 흡음재 사용을 줄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정재파를 억제합니다.
소너스 파베르(Sonus Faber), 윌슨 베네쉬(Wilson Benesch), 메지코(Magico) 같은 브랜드는 이러한 설계를 적극 활용하며,
특히 B&W의 노틸러스(Nautilus)는 유선형 디자인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다만, 제작 비용이 높아 저가형 스피커로의 적용은 제한적이지만, 응용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인클로저 구조의 변화
인클로저 구조는 과거에 비해 큰 틀은 유지되지만, 세부적인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초기 스피커는 저음 재생 능력이 제한적이어서 통울림이나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를 활용했으나,
유닛 기술의 발전으로 밀폐형 스피커와 단단한 인클로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1. 단단한 인클로저의 추구
강력한 마그넷과 단단한 진동판 소재의 발전으로 유닛 자체가 정확한 저음을 재생할 수 있게 되면서,
통울림은 오히려 방해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인클로저를 두꺼운 재질로 제작하거나 내부 보강목을 추가하는 방식이 도입되었습니다.
B&W의 매트릭스(Matrix) 구조는 내부 보강목을 촘촘히 배치해 진동을 억제하며,
이는 하이엔드에서 시작해 점차 중급 스피커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만, 비용 증가로 인해 하이엔드 외 적용은 제한적입니다.
2. 저음과 중고음 분리
저음 유닛의 진동과 음압이 중고음 유닛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인클로저를 분리하는 설계가 늘고 있습니다.
B&W, 포칼(Focal), 윌슨 오디오 등은 저음과 중고음을 독립된 인클로저로 구성하며,
골드문트(Goldmund)는 각 유닛별 인클로저를 외부 프레임으로 지지하는 극단적 방식을 채택합니다.
이는 시간차 조절과 진동 억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이상적인 형태로 평가되지만, 수작업이 많아 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진동 제어와 베이스 플레이트
인클로저 내부 정재파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은 구조와 스타일 변화를 넘어 진동 제어로 확장되었습니다.
과거에는 흡음재나 댐핑재로 진동을 흡수하려 했으나,
골드문트는 진동을 외부로 배출하는 ‘메커니컬 그라운딩(Mechanical Grounding)’을 선보였습니다.
이는 무거운 금속 베이스 플레이트와 대형 스파이크를 통해 진동을 바닥으로 전달하며, 외부 진동 유입을 차단합니다.
최근 다인오디오(Dynaudio), 마르텐(Marten), 소너스 파베르 등은 유사한 기술을 도입하며,
이는 하이엔드 스피커의 표준으로 자리잡는 중입니다.
진동 제거는 해상도와 음의 투명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향후 중저가 스피커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운파이어링의 부상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전통적으로 앞면이나 뒷면에 위치했으나, 최근 다운파이어링(하단 포트) 방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앞면(해상도)과 뒷면(음장)의 장점을 결합하며, 바닥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베이스 플레이트와 통합됩니다.
B&W, 포칼, 소너스 파베르는 각각 고유의 다운파이어링 기술(예: 파워 플로우, 스텔스 리플렉스)을 개발했으며,
Proac처럼 중급 제품에도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비용 대비 효율이 높아 하위 모델로의 확산이 기대됩니다.
하이엔드 스피커가 제시하는 미래
하이엔드 스피커의 인클로저 스타일과 구조 변화는 시간차 조절, 반사 및 진동 억제라는 공통된 목표를 추구합니다.
이러한 기술은 현재 고가 제품에 국한되지만, 간소화와 비용 절감을 통해 점차 보급형 스피커로 전파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진보를 넘어, 더 정교하고 투명한 사운드를 향한 오디오 산업의 방향성을 보여줍니다.
미래 스피커는 하이엔드의 혁신을 발판 삼아 더 많은 이들에게 고품질 사운드를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